내집마련 예산을 처음 잡을 때 가장 막막한 게 뭔지 아는가.
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.
LTV, DSR, 원리금균등상환, 생애최초대출, 특례대출… 이 단어들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예산을 잡으라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.
나도 그랬다. 처음엔 그냥 “6억이면 되지 않을까?”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. 근데 직접 계산해보고 나서야 그 숫자가 맞는지 틀린지 알 수 있었다.
내집마련 예산 잡는 3단계
예산은 순서대로 잡아야 한다. 지역부터 보면 안 된다.
가용 현금 파악 → 대출 한도 계산 → 예산 확정
이 순서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. 예산을 모르면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른다. 예산이 있어야 지역이 보이고, 지역이 있어야 단지가 보인다.
1단계 — 가용 현금 파악
먼저 내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정리해야 한다.
가용 현금에 포함되는 것
- 통장 잔액 (입출금 가능한 현금)
- 주식, ETF (매도 시 현금화 가능)
- 청약저축 (해지 시 환급)
가용 현금에서 제외하는 것
- 연금저축, IRP — 해지하면 세금 손해가 크다. 노후 자산으로 남겨두는 게 맞다.
- 비상금 — 최소 3~6개월치 생활비는 따로 남겨둬야 한다.
우리 부부 합산 가용 현금은 약 1억 6천만원 수준이었다.
솔직히 처음 이 숫자를 마주했을 때 기분이 묘했다.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, 막상 정리해보니 생각보다 적었다.
2단계 — 대출 한도 계산
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건 두 가지다. LTV와 DSR. 이 중 낮은 쪽이 실제 대출 한도다.
LTV (주택담보대출비율)
집값 대비 대출받을 수 있는 최대 비율이다.
생애최초대출은 LTV 70%까지 가능하다. 6억짜리 집이라면 최대 4억 2천까지 대출이 된다.
생애최초대출 자격 조건은 이렇다.
- 세대원 전원 무주택자
- 부부 합산 연소득 9천만원 이하
- 주택가격 9억 이하
결혼 후 무주택 부부라면 대부분 해당된다.
단, 결혼 전이라면 세대 분리 여부에 따라 적용이 달라지니 반드시 은행에서 확인해야 한다.
DSR (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)
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%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제다.
쉽게 말하면 — 월급의 40% 이상을 대출 갚는 데 쓰면 안 된다는 것.
네이버 DSR 계산기에 우리 소득을 넣어보니 DSR 기준 대출 한도는 약 3억 5천이 나왔다.
LTV 한도(4억 2천)보다 DSR 한도(3억 5천)가 더 낮게 나왔다.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은 둘 중 낮은 쪽 — 3억 5천이 기준이 된다.
3단계 — 예산 확정
계산을 정리하면 이렇다.
| 항목 | 금액 |
|---|---|
| 가용 현금 | 약 1억 6천 |
| 대출 한도 (DSR 기준) | 약 3억 5천 |
| 합계 | 약 5억 1천 |
| 부대비용 차감 (취득세·이사비·인테리어) | 약 -1,500~2,000만원 |
| 실질 매수 가능 예산 | 약 4억 9천~5억 |
여기서 한 가지 더 고려한 게 있다.
결혼식 비용, 신혼집 이사 비용 등 올해 안에 나가야 할 목돈이 있다. 이걸 제외하면 실제로 집 사는 데 쓸 수 있는 돈은 조금 더 줄어든다.
그래서 현실적인 목표 예산을 5~6억으로 잡았다.
지금 당장이 아니라, 결혼 이후 종잣돈이 좀 더 쌓이는 시점을 겨냥해서.
왜 6억인가 — 예산을 올린 이유
처음엔 5억이었다.
근데 노원구·구로구 임장을 다니면서 5억대 매물을 직접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.
5억대 매물은 대부분 1980~90년대 구축에 소형 평수, 복도식이었다. 살기 불편한 건 감수할 수 있는데 — 재건축 이슈나 환금성 문제가 걸렸다.
반면 6억 초반대로 올라가면 선택지가 달라진다. 2000년대 이후 준신축, 역세권, 관리 상태 좋은 단지들이 들어온다.
그래서 목표 예산을 6억으로 올렸다. 그만큼 종잣돈을 더 모아야 하고,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.
결혼 후 활용할 수 있는 정책대출도 확인했다
예산을 잡으면서 결혼 이후 활용 가능한 정책대출도 함께 알아봤다.
신혼부부·신생아 특례대출은 일반 주담대보다 금리가 낮고 LTV 조건도 유리하다. 자격 조건이 맞는다면 일반 대출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집을 살 수 있다.
신생아특례대출 금리와 조건은 이 글에서 따로 정리해뒀다.
예산을 잡고 나서 든 생각
숫자를 정리하고 나니 막연했던 게 조금 선명해졌다.
불가능한 숫자가 아니다. 다만 지금 당장은 아니고, 빠르게 움직일수록 유리하다.
내 예산을 아는 것 자체가 내집마련의 첫 번째 진짜 시작이다.
다음 화에서는 대출 3억 5천을 실제로 빌리면 매달 얼마가 나가는지 — 금리별 월 상환액 시뮬레이션을 해볼 생각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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