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시리즈] 월급쟁이 602의 서울 내집마련 도전기 1화 — 빚 갚고 욜로하다, 33살에 정신차린 이야기

서울 내집마련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한 건, 결혼을 결심하고 나서였다.

솔직히 말하면, 20대의 나에게 내 집 마련은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었다.


서울 내집마련? 20대의 나에게 그건 남 얘기였다

대학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면서 알바만 몇 가지를 했는지 모른다.

백화점, 카페, 공차, 중식당 서빙, 과외까지. 캐나다 워홀을 가고 싶어서 1년 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이 1,000만원이었다.

그 돈으로 캐나다에서 1년을 살았다. 거기서도 빵집에서 일하고, 일식당에서 서빙하고, 주말마다 여행을 다녔다.

그때의 나는 ‘집’보다 ‘오늘’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.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고, 지금 이 순간을 살자고.

그 생각이 틀렸다고는 지금도 생각하지 않는다. 다만, 그 사이에 현실은 빠르게 흘러갔다.


취업 첫날, 7~8천만원 빚이 생겼다

한국에 돌아와 원료도매상에서 잠깐 일하다가, 2020년 지금의 회사에 공채로 입사했다.

건강기능식품 제조사, 구매팀 신입이었다.

취업하고 첫 월급을 받던 그즈음, 나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.

내 명의로 7~8천만원의 빚이 있었다.

엄마가 내 명의로 오피스텔이랑 상가에 투자를 한 거였다. 물론 전부 대출로.

사회초년생이었던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. 내가 만든 빚이 아니라는 생각에 억울하기도 했지만, 어쨌든 내 명의였다. 어떻게든 갚아야 했다.

근데 솔직히 또 이렇게 생각했다.

“이 빚은 내가 진 게 아니잖아. 그러면 남은 돈은 내 마음대로 써도 되는 거 아닌가?”

그래서 빚은 빚대로 갚으면서, 남은 돈으로는 하고 싶은 걸 다 했다.

호캉스, 해외여행, 취미생활로 직장인 뮤지컬 극단에 들어가 공연도 했다. 드럼도 배우고, 밴드 활동도 하고.

욜로라는 단어가 딱 맞는 삶이었다.

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. 빚은 다 갚았지만 통장엔 별로 남은 게 없었다.


비트코인이 나를 깨웠다

한창 비트코인이 난리였던 시절, 나도 뛰어들었다.

그동안 모았던 돈을 거의 다 쏟아부었다. 오르면 더 사고, 내리면 버티고. 지금 생각하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까웠다.

결국 거의 천만원 가까이 잃었다.

그 돈을 잃고 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.

“나,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는데… 왜 남은 게 없지?”

이후로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. 주식 관련 책도 여러 권 읽었다. 매일 아침 경제 뉴스를 듣기 시작했다.

재테크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남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.

하지만 뭔가 여전히 빠진 게 있다는 느낌이었다.

주식은 솔직히 나랑 잘 안 맞았다. 숫자는 보이는데, 그게 내 삶의 기반이 되는 느낌은 없었다.


결혼을 결심하면서, 처음으로 서울 내집마련이 보였다

올해 초, 남자친구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.

결혼을 하자고. 그리고 우리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.

그 대화가 끝나고 나서 나는 그날 바로 부동산 강의를 결제했다. 원래 그런 사람이다. 결심하면 바로 움직인다.

강의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배웠다. 임장이 뭔지. 호가와 실거래가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. 왜 발품을 팔아야 하는지. 왜 같은 아파트도 동호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지.

들을수록 몰랐던 게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다. 그리고 그게 오히려 나를 더 움직이게 만들었다.


처음으로 임장을 나갔다

강의를 다 듣고, 바로 현장으로 나갔다.

첫 목적지는 노원구와 구로구였다.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접근 가능한 지역, 그리고 직접 발로 걸어야 알 수 있는 동네.

지하철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하는 순간, 지도로 볼 때랑 완전히 달랐다.

역에서 단지까지 걷는 거리감, 주변 상권의 느낌, 단지 안을 직접 돌아봤을 때의 분위기. 숫자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.

(아파트 실거래가 확인은 아실을 활용하면 편하다.)

목표 예산은 5~7억. 서울에서 이 금액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을까. 솔직히 아직도 반신반의다.

하지만 일단 움직였다. 어제보다 오늘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,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.


이 시리즈를 쓰는 이유

화려한 투자 성공기가 아니다.

33살 직장인이 서울 내집마련을 위해 공부하고, 발품 팔고, 때론 현실에 좌절하고,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 한다.

월급쟁이가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을까. 나도 아직 모른다.

하지만 이 기록이 나와 비슷한 상황의 누군가에게 “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”라는 위로가 되거나, “이렇게 하면 되는구나”라는 힌트가 된다면 충분하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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